월둔에서 방동약수까지 - 역사와 산 7월 정기산행



월둔에서 방동약수까지 갔다 왔다.

토요일 오후 무척이나 피곤했다.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교육연수를 받으며 밤마다 술을 마셨다.
전국에서 모인 각양각색의 사람들이라 이야기꺼리도 많고 다들 재밌는 사람들이라 술자리가 즐거웠다.
덕분에 제주와 부산에 먹고 잘 수 있는 거점을 확보하기도 했고 ^^
여주에서 하는 교육이라 이천에 있는 친구와 전화 통화로 교육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금요일 이천에 들러서 친구를 보고 가기로 했다. 가벼운 마음에 잠깐 들러 얼굴 보고 갈까 했는데 친구 왈 '여기까지 와서 잠깐 보고 가냐? 저녁에 술 한잔 하자.'
그러자고 했다. 허나 친구의 일이 늦게 끝나게되어 저녁 8시쯤 만나게 되었다. 이천에서 집에 가는 버스는 일찍 끊어지기에
집에 가는 것을 포기하고 3일 연짱 마신 술을 하루 더 마시게 되었다. 친구가 자주 얘기하던 직장동료들과 함께 마셨다.
이천에서 사회적 기업을 만들어서 고생을 하고 있는 친구라 하고 싶은 말이 많았고 동료들도 나름 다 개성적인 사람들 이었다.
이래저래 술을 마시고 토요일 이천에서 잠을 자고 어영부영 친구가 있는 회사에 가서 좀 놀다가 점심까지 먹고 집에 갔다.
토요일 오후 당연히 피곤했다.

토요일 오후, '오늘밤에 방태산을 가야하는데...', '아 피곤하다 그냥 푹 자버릴까?' 고민하며 시간이 지났다.
일단 비가 많이 온다는 예보가 있기에 총무님에게 문자를 날려본다. 답변 "네 오세요 예정대로 가요 넘 많이 오면 대안을 세울께요"
역시 예상했던 바이다. 나 역시 동호회에서 산행을 진행할 때, 일단 약속대로 진행한다. 핑계삼아 일정을 포기하게 되면 사람들은 으레 그러는 줄 알고 연락도 안하고 나오지도 않게 된다. '무조건 일정사수, 단 여건과 상황에 따라 진행' 그동안 동호회 활동을 하며 배운 것이다. 그래서 비오는 날 산행을 하다 일찍 하산해서 영화도 보고 낮술도 하고 뭐 그랬다. 그리고 나의 성향이 '굳이 정상 갈 필요 있나? 어려우면 돌아가거나 피하자! 단, 피할 수 없고 굳이 해야한다면 과감하게!' 이다. 그래서 어려우면 일단 피한다. ^^

집에서 참석자 댓글을 보며 초등학생도 있고, 초보자도 있고 하니 예정대로 진행하지 않고 좀 느긋하고 짧게 할거라고 지레 짐작했다. 그래도 비가 오는 가운데 진행하는 것이니 옷은 넉넉히 가지고 가야겠고, 지난 지리산 산행에는 젓가락만 가져 갔으니 밥은 가져가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비가 올테니 뜨거운 물과 커피를 가져갈까 하다가 지리산에서 코펠과 버너를 가져오는 사람들을 봤기에 뭐 무겁게 보온물통을 가지고 갈 필요가 있을까 생각했다. (나중에 후회 많이 했다.)

집결장소에 도착해서 슬쩍 둘러보니 지난 지리산 산행에 갔던 사람보다 처음 보는 사람이 많았다. 장소를 가리거나 낯을 가리지는 않지만 구태여 먼저 말을 하지 않는 성격에다가 무척 피곤한 상태였기에 일단 자리잡고 잤다. 버스가 인제로 들어가던 중 길이 잘 보이지 않아서 버스가 커브를 돌지 못할 무렵 깨어났다. 창밖을 보니 비가 솔찮이 내리고 있었다. 트레킹코스로 간다고 이야기를 했기에 크게 걱정은 안했지만  '비가 좀 더 오면 중간에 턴하겠지' 머 이렇게 생각했다. 이윽고 도착을 하고 날이 밝기를 기다렸다가 우비를 챙겨입고 버스에서 내렸다. 나 역시 산행을 이끌 때 별다른 대안없이 이러쿵저러쿵 말하는거 상당히 듣기 싫었기에 '내가 놀던 곳이 아니니 내가 무슨 말을 하거나 행동하지는 말고 그저 비를 맞을 때는 먼저 맞고 비를 피할 때는 마지막에 하자'고 생각했다. 

트레킹이 시작되었고 별 걱정없이 갔다. 무장공비 도주로의 표시판을 보고 이 지역 사람들이 살면서 참 많은 고초를 겪으며 살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이 길을 만들면서 얼마나 많은 군인들이 고생을 했을까 싶었다. 비가 맞으며 걷고 있으니 몸에 점점 발동이 걸리는구나 싶어 좋았는데 배가 고파졌다. 이 비를 맞으며 밥을 먹으려면 난 지팡이와 판쵸우의가 있으니 3~4명과 함께 비 피하며 밥을 먹을텐데 다른 사람들은 어쩔까 싶었다. 허나 상황은 그렇지 못하고 그냥 일행들이 길게 늘어서서 간단히 요기를 했다. 그래도 역사와 산 사람들은 서로 나누고 배려하는 것에 익숙하고 총무님이나 회원님들이 왔다갔다 하며 이것저것 나눠주어서 어느정도 요기를 하니 살만했다. '가야할 길이 멀지만 주변 광경이 아름다워 피곤한 줄 몰랐다.' 비가 안오면 이런 말이 씌여졌을 거다. 허나 비때문에 불어난 계곡이 내는 소리를 들으며 걷고 있으니 주변의 아름다운 경치보다 걱정이 슬슬 되었다.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는 가사처럼 불어난 물 때문에 물살을 헤치고 건너가길 여러번 그렇지만 서툴더라도 서로서로 도와주려는 마음이 있어 별 탈없이 어려운 길을 지나갔다. 이윽고 한 길이 넘은 높이에서 뛰어내려서 건너가야 하는 끊어진 다리를 만났다. 일행중 후미에 있었기에 다리에 도착하니 몇사람은 건너갔고 물살 속에 두어명이 서서 사람들을 잡아주고 있었다. 물은 차고 물살은 거세니 얼른 교대를 해주어야 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밑에서 '남자는 그냥 뛰어 내려 괜찮아' 이렇게 말을 했지만 이건 남자, 여자 혹은 나이의 문제가 아니라 이 상황에서 침착하느냐 못하느냐 가 문제인 듯 했다. 베낭과 스틱을 주고 뛰어내려서 건너편에 베낭을 내려놓고 사람들이 건너는 것을 도와주었다. 처음에는 '내가 겁을 먹어서 인가?' 하고 생각도 해봤지만 물살이 거세지고 있는게 사실이었다. 사람들이 서로 잡고 늘어서서 손을 잡아주면서 건너는 속도가 빨라졌다. 차가운 물속에 있다가 나오니 오히려 비가 따뜻하게 느껴졌다.

앞으로는 이런 끊어진 다리가 없을 거라고 해서 믿고 갔지만 조경분교에 가기전 이번에는 사람 키 높이 까지 물살이 솟구치는 끊어진 다리를 만났다. 빠른 상황 판단으로 집행부에서 계곡을 따라 우회해서 가기로 했다. 그러나 편하게 설명할 설명이 아니어서 대충 주워들었는데 난 잘 못 알아들어 다리 건너편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아예 능선을 타고 분교까지 간다는 것으로 알아 들었다. 좀 더 차분히 설명을 해주었으면 했다. 좀 무모하지 않을까 생각은 했지만 다른 방법이 없어 보였다. 허나 내가 진행을 했다고 해도 별 수 없이 이 우회길을 택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위험한 길 이었지만 무사히 지나왔다. 분교를 향해 걸어 가면서 지난 달 지리산에서는 더워서 고생하더니 이번에는 비와 계곡물로 한기가 느껴져서 고생하는구나 하면서 '중간은 없군 역사와 산을 다니면 나의 회색인간 정체성이 벗겨질려나?' 머 이런 잡다한 생각을 하며 걸었다. 

어찌되었건 무사히 분교에 도착을 했고 친절한 주인아저씨 덕택에 교실에서 비도 피하고 난로에 땔감으로 불을 피워 사람들 추위를 조금이라도 녹일 수 있다는 것이 다행이었다. 난 무엇보다 문짝이 없기는 하지만 그래도 화장실을 이용하게 되어 안도를 했다. ^^
문짝이 없기에 꽤 오랜 시간을 기다리다가 화장실에 갔다오니 안에서는 아침겸 점심 식사를 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술 한잔 생각이 간절했는데 총무님이 따라준 매취순이 무척 달콤하니 좋았다. 서로 밥도 나누고 온기도 나누는 역사와 산의 식사시간이 좋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산에서 남에게 나눠주듯 배려하듯 일상생활에서도 그렇게 해야 하는데 막상 잘 되지는 않는다. 그래서 더욱 이런 모습을 보기위해 산에 오는 것일지도...

식사를 마치고 방동약수까지 가는 길은 그리 큰 어려움은 없었지만 산에서 내려오는 물로 인해 길 곳곳이 잠겨 있어서 찬물을 계속 지나가야 한다는 것이 힘들었다. 오랜 시간 비를 맞으며 걷는 것도 힘든데 찬물에 계속 발이 잠겨야 했다. 다른 동호회에서 한여름에 저체온증 걸린 얘기를 들은 적이 있어 혹시나 일행중 누군가 저체온증에 걸리지 않을까? 혹은 체력저하로 주저 앉은 사람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다들 무사히 내려와서 다행이었다.
  
모자라거나 넘침이 없이 일을 진행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 줄은 알지만 이번에는 좀 과욕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오랜 세월 다져진 믿음이나 서로에 대한 배려가 보기 좋았다. 사람들이 모여서 만들어내는 에너지가 왕성하고 그 에너지를 나눠주는 동호회라고 느껴졌다. 마음에 드는 점은 키우고 마음에 들지않는 점은 서로 노력하면서 역사와 산이 나와 즐거운 동행이 되기를 바란다.


작지만 크게 바라는 것들...
역사와 산이라는 이름이 마음에 들어 가입을 했지만 출발하면서 나눠주는 산행기획서에만 잠깐 역사가 있고 그 이후에는 산만 있는 것 같아 아쉽다. 현재 활동하는 등산 동호회에서 채워지지 않는 아쉬움이 있어 역사와 산을 가봐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개인적인 욕심인거 안다. 하지만 산과 역사가 함께 공존하는 모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다.

산행을 진행할 때 전체와 일부를 나누어서 했으면 한다.
30명 이상을 한꺼번에 움직인 다는 것이 무리라는 생각을 한다. 전체 대장이 있고 조를 나누면 어떨까 생각한다.
지금 두번 산행을 해봐도 이미 선두와 후미로 나누워서 진행이 되는 것 같다. 그러니 아예 시작 할때 조를 나누워서 통솔하면 인원파악이나 상황대처가 더 신속하고 정확하게 이뤄질 것 같다.   




by 구르는곰 | 2009/07/13 21:10 | 떠나는 즐거움과 산행 | 트랙백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